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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로 건강보험 고갈 우려…국회, 기금화·국고지원 입법 나서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8/23 [18:22]
국고지원 정상화는 여·야·정 모두 한목소리…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해법될 수 있나

文케어로 건강보험 고갈 우려…국회, 기금화·국고지원 입법 나서

국고지원 정상화는 여·야·정 모두 한목소리…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해법될 수 있나

양형모 | 입력 : 2018/08/23 [18:22]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9일 직접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던 3,800여개 비(非)급여 진료항목을 단계별로 급여화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발표에는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는 로봇수술,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2인실 등 3,800여개 비급여 진료항목을 완전히 없애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의 실시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건보(建保) 재정고갈 우려가 잇따르자 국회가 해법으로 ‘기금화’와 ‘국고지원을 통한 정상화’를 제시해 입법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7월25∼26일 열린 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소관기관 업무보고에서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건강보험공단 이사회에 보고된 중기(中期)재무전망을 제시하면서 “올해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2022년까지 누적 적자가 9조원이 넘어 10년 후에는 20조원 규모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우선 기금화가 거론됐다. 윤종필 한국당 의원은 “건강보험은 국민 의무가입이라 준조세 성격임에도 국회의 재정 통제를 받지 않는다”며 “기금화를 통해 국회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2017년 10월 기금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건강보험은 4대 사회보험임에도 개별법에 근거한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 일반회계로 운영된다. 정책 결정은 공익·사용자단체·근로자단체 대표 등 25명으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해 이뤄지는 형태다.   
▲ 문재인케어 실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재정고갈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회에서 재정 지속성 확보 방안으로 ‘기금화’와 ‘국고지원 강화’가 제시돼 입법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7월18일 후반기 국회 첫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된 모습.

기금화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됐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은 건강보험 기금화를 2022년까지 법제화하라는 권고를 정부에 전한 바 있다. 특위는 “건강보험이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조성되고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대의기관인 국회가 재정을 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7월25일 복지위에서 ‘일장일단’이 있다며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기금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금화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체제가 사라지면 문재인케어 추진력이 반감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는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심의위 구성에서 위원장은 복지부 차관이고 부위원장과 공익위원 8명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국고지원 정상화는 여야·복지부 한목소리…유성엽 의원 “올해부터 적자”

국고지원 정상화도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은 국고지원으로 20%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3%대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유지하기 위해 국고가 책임져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도 이에 동의해 점차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현행법에는 건강보험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국고지원하고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토록 돼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액을 과소추계해 실질 지원을 줄여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실제 수입액 대비 정부의 지원율은 2013년 12.4%에서 지난해에는 9.7%로 점차 감소했다.

한편,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8월14일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도 당초 예상했던 2022년보다 4년이나 앞당겨진 2018년부터 적자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유성엽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5년 실시한 '2016~2060년 장기(長期) 재정 전망'을 통해 건강보험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에 따라 2022년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25년 누적수지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 의원은 "기재부 전망은 보험요율 법 상한인 8% 인상과 국고지원율 6%로 가정해 추계한 것"이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8월18일 양형모칼럼-국민연금에 이어 건강보험도 적신호…유성엽 “올해부터 적자" 참조>         

‘기금화·국고지원 정상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해법될 수 있나    

문재인 케어 실시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고갈 우려에 따라 국회가 ‘기금화’와 ‘국고지원 정상화’를 제시했으나 실제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왔다. 우선 국고지원 정상화는 그동안 정부가 법령상 건강보험 의무 지원율을 지키지 못해온 것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긍정론이 나온다. 다만 이는 보완책일 뿐 재정건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와 국고를 어떻게 조화시키는지에 관한 문제이지 국가 부담을 늘리는 게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만 건강의료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오랜 논쟁거리인 기금화의 경우 연기금과 달리 상시 지출되는 건강보험의 특징상 기금 형태 운용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또 개개인의 보험료 외에 재정의 절반은 기업이 지불하기 때문에 거대한 민간자본을 공공부문에서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기금화를 하면 젊을 때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싱가포르도 의료저축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자 평생 의료비를 개별적으로 책임진다는 발상인 탓에 사회연대가 배제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의 절반은 기업이 내는 탓에 기업 현금흐름(cash flow)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공공에서 (민간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단기 변동성이 큰 의료비 지출 특성을 반영한 신축적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전문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함에도 의료수가 지급이 늦는다는 항의를 듣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건강보험은 매년 수지균형을 맞추는 단기보험인 탓에 국민연금 등 장기보험에 비해 여유자금 조성이 어려워 기금화 실익이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건강보험공단 일반회계로 지출돼 국회나 재정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야권이 문재인케어 견제를 위한 문제제기를 지속할 전망이어서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별도의 입법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케어 실시에 따른 建保보장성 강화, 정부의 러더십 절실해져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건강보험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30여년 됐으나, 당초 저부담·저수가·저보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어 여전히 의료서비스의 보장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일정 기간마다 ‘보장성 강화’ 중기계획을 세우고 국민의 보장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새로운 비급여 서비스 항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보장률이 60%대에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는 최대한 급여로 보장하겠다는 당찬 포부 아래 노인, 아동,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지난 1년간 추진해 왔다. 치매의심환자 MRI검사나 신경인지검사 등의 건보 적용을 대폭 확대하고 중증치매 본인부담률을 인하했으며, 틀니·임플란트 혜택도 확대했다.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 역시 인하했고, 난임(難姙) 치료도 건보 적용을 했다. 또한 장애인 보장구(保障具)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그밖에도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복부 초음파 및 상급병실(종합병원 이상의 2, 3인실)에 대한 건보 적용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2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각종 비급여 항목을 건보 급여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의료계(공급자), 환자 및 국민(가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계는 이미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을 때부터 정부를 향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입자 역시 매년 3%대로 예상되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의료계에는 더 이상 비급여를 양산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가입자에게는 당장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 병원을 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에 따라 조금씩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보장범위를 확대해 나아가야 함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정책방향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년 논란이 되는 정부 의무분담금 수준을 충족하도록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실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수준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정이 쓰일 수 있도록 가치에 기반을 둔 지불체계나 심사·평가체계 등 건보 운영방식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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